영화를 찍으려고 준비 중인 유리는 오랜만에 학교 동기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좋아하는 영화 속의 아줌마에게 큰 연민을 품고 있는 유리는 정작 엄마와는 대화가 없다. 그리고 약속한 날 동기들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2012년 제17회 인디포럼)
<연출의도>
졸업을 하고 고민이 많아진 나는 결국 대구로 내려왔다. 세상을 등지고 혼자 영화만 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언제나 영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영화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친애하는 당신’의 한 장면을 따라해 보고 싶어서 여름에 인서트를 찍어 놓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외로운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찾고 있었다. ‘친애하는 당신’ 속 아줌마를 보며 온 마음을 다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현실에서도 이 아줌마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할까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이 아줌마는 영화 속 사람이고 이 아줌마는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나의 연민이 참 보잘 것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엄마에게는 정작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으면서 나는 좋아하는 영화의 장면을 따라하려 하고 영화를 찍으려고 하고 있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1979년 작 ‘아마추어’에서 주인공은 카메라로 찍는 것에 빠져 결국 직장과 가족까지도 잃을 상황에 놓인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나도 어쩌면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