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주인공 근양.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편집하다 골머리를 썩힌다. 졸업심사는 이미 물 건너갔고, 학교는 벌써 방학이다. 자취방 밀린 월세 독촉은 근양을 더욱 쪼달리게 만든다. 짐정리는 다 끝냈지만 이래저래 떠날 수도 없다. 오늘도 근양은 편집을 위해 학교를 향한다. 몇 년 간 지나쳤던 익숙한 길들을 지나 학교에 도착했지만 그에겐 막막한 영화 한편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머리도 식힐 겸 항상 콜라를 마시며 사람들을 관찰하던 장소에서 근양은 한 여학생을 보고 상상속의 로맨스를 꿈꾼다. 근양은 우연찮게 그 여학생을 따라 4년 간 그가 다녔던 학교의 풍경 속을 천천히 헤매기 시작한다. 동시에 주변을 맴돌던 여학생은 떠나갈 듯 그에게 다가오고, 드디어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2012년 제17회 인디포럼)
<연출의도>
저는 사회공포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앞에 서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제 주장을 해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항상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그런 제 자신이 약해보였고, 또 부끄러웠습니다. 잘못을 느꼈음에도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 영화는 어쩌면 그런 저의 모습을 담은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고 또는 취업이나 스펙에 매달린 채 대학생활을 하는 많은 대학생들을 풍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것에도 의문을 갖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거기에 맞춰 순응하고, 이유 없이 꿈 없이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 말입니다. 제 영화는 시종일관 불안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움직이고 허황된 상상을 쫒아 헤매고 또 헤맵니다. 꿈속에(영화 속의 영화) 주인공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낯선 물체를 들고 학교를 배회합니다. 그리고 그는 시위 현장을 지나치고 학생들을 지나칩니다. 그는 이미 말하는 입의 기능을 잃은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게 제가 궁극적으로 담고자 했던 주제입니다. 말하는 입의 상실. 제 자신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말하는 입을 상실한 많은 청년들을 보여주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꿈을 잃고 불안에 떠는 청년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