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마르타 커닝햄
러닝타임 89분 국가 미국 평점 9 조회수 오늘 1명, 총 42명
줄거리
2008년 2월, 교내 총기 난사 사건으로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시의 노동자 계층이 사는 해안가 마을은 충격에 휩싸였다. 마을이 혼란에 빠지고, 전국 방송을 통해 이 사건이 보도될 당시 15세 소년은 사망한 상태였고, 14세 가해자는 살인죄로 공판을 앞두고 있었다. 이 사건은 성소수자 혐오 범죄였을까? 운동장에서 원치 않는 괴롭힘을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을까? 아니면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젊은 백인우월주의자를 극한으로 몰아 간, 이 대담하고 어린 혼혈 소년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야기는 대서특필되었고, 대중은 강압적 교육 체제와 청소년 사법 제도 뿐 아니라, 십대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등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것이었다. 영화 <발렌타인 로드>는 피해자 로렌스 “래리” 킹과 가해자 브랜든 맥너니의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깊게 파고들며 종래 미디어 보도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변호사, 법관, 배심원, 정신건강 전문의 뿐 아니라 가족, 친구, 선생님, 그리고 이 둘과 같은 반이었던 학생들은 이 치명적인 사건의 여파와 재판, 그리고 마을에 미친 영향을 전한다. 인터뷰, 사실주의적 장면, 운명의 그 날로 이끄는 기록(추후 공판에 제출된)과 세부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감독 마르타 커닝햄은 래리와 브랜든 간의 다면적인 인간 서사를 풀어낸다. 래리와 브랜든은 형편이 좋지 않은 가정(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이른바 ‘문제아’였다. 영화는 전 세계 모든 학교와 공동체에게 주요 물음을 던진다. 폭력이 발생하기 이전에 브랜든과 래리와 같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폭력이 발생한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14년 제19회 서울인권영화제)
작품해설
2008년 2월,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시의 한 학교 교내에서 총기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와 마을은 충격에 휩싸인다. 이 사건으로 사망한 14세의 래리는 트랜스젠더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친구들에게 표현해왔다. 래리에게 총을 겨눈 브랜든은 래리와 함께 수업을 받으며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래리에게 고백을 받았다.
영화는 총기사건 이후 재판과정을 좇으며 이 사건을 바라보는 학교구성원, 변호사, 배심원,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직 10대의 나이로 혐오범죄로 중형을 받을 상황에 놓인 브랜든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사람들과 백인우월주의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환경에 둘러싸인 브랜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총격사건의 충격에서 고통을 겪은 래리의 친구들은 래리에 대한 추모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학교 분위기에 대해 증언하고 또 다른 퀴어 학생들이 견디는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표현한 것이 사건의 원인인 양 성소수자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내는 마을과 학교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옥스나드시만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영화는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는 사법체계를 넘어서 래리와 브랜든을 둘러싼 다면적인 환경과 총체적인 영향 속에 드러나는 폭력에 대해 우리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랑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발렌타인데이에 래리가 남긴 선물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오늘, 범준이의 생일이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모든 사람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을 때 보라매병원에 모인 범준이 친구들은 눈물로 그를 보내야만 했다. 작은 장례식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찼고 서로를 위로했다. 그를 알든 모르든 그의 죽음은 같은 나이에,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말 못할 고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그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아픔을 간직하기에 너무 어린 친구들이라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범준이 나이 20살, 교회에서 혐오적인 발언을 듣고 옷이 찢겨도 그는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은 그 교회를 찾아가 게이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다. 처음엔 다른 교회를 가면 되지,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커밍아웃을 했을까 마음속으로 그를 타박하기도 했다.
발렌타인을 앞두고 래리는 브랜든에게 데이트신청을 했다. 하지만 브랜든은 래리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치 처형하듯 살해했다. 래리와 브랜든 모두 14살이었다. 영화 <발렌타인 로드>는 래리의 죽음을 두고 래리와 브랜든의 가족, 학교친구들, 재판과정에서 보인 변호사와 배심원의 태도 등을 보여주며 그 원인을 쫓는다. 래리는 학교에서 골칫거리 아이였다. 게이정체성이 공공연히 알려졌고 태어난 성별과 달리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학교에 나왔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규정한 복장도 아니었다. 래리는 친구들의 놀림과 모욕의 대상이 되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드레스에 기뻐하고 자신이 원하는 젠더표현에 주저하지 않았다. 다른 성소수자 친구들은 남자‘처럼’ 보이는 걸 겁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바빴다고 고백한다. 오히려 래리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런 그/녀가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브랜든에게 데이트신청을 했고 이에 참지 못한 브랜든은 결국 잔인한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남긴 것이다. 브랜든의 변호인단, 일부 교사와 배심원들은 혐오범죄에 초점을 두기보다 브랜든이 너무 어린 나이였다는 점과 래리의 지나친 젠더표현이 원인제공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을 불편하게 했고 학교의 규정을 따르지 않았으며 심지어 학교의 침묵을 브랜든이 대신 해결해줬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다. 브랜든은 변호사와 검사의 합의로 21년이라는 구형을 받는다. 형량의 높낮음을 떠나 래리의 죽음이 남긴 건 무엇이었을까. 영화 말미에 브랜든이 교도소에서 밝은 모습으로 졸업하는 모습이 나온다. 반면 담당검사는 “어쨌거나 래리는 죽으면 안 되는 거였다. 얼마나 우리 사회가 불관용한 지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브랜든은 39세에 출소하겠지만 래리는 14세 그 나이에 멈춰있으니까 말이다. 래리는 발렌타인 로드에 있는 묘지에 묻혀있다.
래리의 친구들은 그/녀를 통해 용기를 배웠다고 말한다. 자신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던 래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래리를 추모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발렌타인데이에 래리가 남긴 선물이 아닐까 싶다. 범준이의 페이스북에 생일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1년 전 너의 죽음에 너무 슬펐지만 지금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작게나마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선물을 남겨줘서 고맙다.” 범준이 어머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위기지원을 위한 활동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에 20만원을 기부하셨고 올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가 개소할 예정이다. (정욜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동성애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