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델라(27)는 출근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아델라의 전 남자친구는 그녀를 의식불명 상태에 이를 때까지 때리고 도로변에 버렸다. 아델라의 이야기는 지난 10년 간 6천 명의 여성이 살해당한 과테말라에서도 유명하다. 과테말라에서 6천 명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2%에 불과하다. 아델라의 언니인 레베카(34)는 부패하기로 악명이 높은 과테말라의 법체계와 싸우고 있다. 그녀는 아델라가 남기고 간 세 아이, 그리고 그녀의 다섯 아이를 키우기 위해 집에서 또띠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레베카가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은 과테말라에서 발생한 이 사건과 유사한 수천 개의 다른 사건들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하지만 슬픈 와중에도 사실상 조사자의 역할을 도맡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은 특별하다. 레베카는 지난 3년간의 투쟁 동안 많은 시련에 부딪혔다. 분실된 경찰 수사기록,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당한 판사, 너무 두려운 나머지 증언하지 않는 목격자들. 그간의 고군분투로 완전히 탈바꿈된 레베카는 지역사회의 지도자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정의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4년 제19회 서울인권영화제)
작품해설
전 남자친구에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후 버려진 아델라의 이야기는 매년 수많은 여성이 살해당하는 과테말라에서도 유명하다. 그곳에서는 매년 6천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지만, 증거부족으로 가해자의 대부분은 처벌받지 않고, 사건 해결율도 2%에 불과하다. 또한, 피해자의 의상, 문신 등에 주목하며 피해자를 탓하는 미디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여성살해를 범죄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 이런 과테말라의 현실에 맞선 언니 레베카의 법정투쟁은 분실된 수사기록, 협박이 두려워 선뜻 나서지 않는 증인 등 수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하지만 갱이든 성매매 여성이든 간에 정의를 구할 권리가 있고, 그 누구도 남을 죽일 권리는 없다는 생각으로 법정에서 정의를 쟁취한다. 영화는 레베카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여성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더 이상 외면당하지 않고 ‘자매에게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미니미 인천인권영화제 반디활동가)
인권해설
이 영화의 배경인 과테말라는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여성살해 수치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 2000년에서 2008년 사이에 4,159명, 2008년에서 2011년 사이에는 2,900명의 여성이 살해되었고, 2013년에도 살해된 여성들의 수가 696명에 달했다. 물론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숫자에 불과하다. 실제 살해, 미수, 폭력 사건들은 훨씬 더 많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끔찍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2009년 4월에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과 인권활동가들의 수년간의 노력 끝에 ‘여성살해 범죄에 대한 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통계에서 드러나듯이 여전히 사건은 수백 건에 달하고 그중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2% 정도에 불과하다. 이 영화는 동생 아델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된 레베카의 긴 투쟁 과정을 따라가며 과테말라의 여성살해가 어떠한 구조 속에서 지속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여성살해’(Femicide)라는 용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여성혐오로 인해 발생하는 살해의 맥락들을 드러내기 위한 용어이다. 비단 과테말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이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혼전순결을 지키지 않았거나 남자 같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이유로, 또는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가족, (전)남편, (전)애인, 혹은 무작위의 남성들로부터 심각한 구타와 신체 훼손, 염산테러, 강간에 시달리다 죽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여성살해의 유형은 ‘가정폭력’과 남편/애인, 전 남편/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살인’이다. 2012년 WHO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35% 이상의 여성살해가 친밀한 관계에 의한 살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남미의 경우 여성살해 범죄들이 더욱 조직화되고, 대규모로 벌어지며, 정부와 공권력은 이를 제대로 조사하거나 처벌하지도 않아 이러한 맥락을 강조하기 위해 ‘femicide’와는 조금 다른 의미의 ‘feminicidio’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특히 과테말라는 36년에 걸친 오랜 내전 동안 여성들을 폭력적으로 강간해 온 역사가 있는 데다가, 1980년대부터 강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양극화와 실업문제가 심화되면서 가부장적 폭력이 더욱 심각해졌다. 대체로 집안과 마을에 머물며 가사노동이나 가내수공업을 하던 여성들이 직접 일자리를 찾아 멀리까지 나가서 자신의 일을 하고 일터와 공적 영역에서 힘을 확보해 나가자,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일종의 가부장적 처벌로서의 혐오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처한 빈곤과 열악한 사회적 환경은 이런 상황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2009년 관련법이 제정되었어도 좀처럼 살해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강한 남성중심적 문화 속에서 여성들을 성적 대상이자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며 여성에게 책임을 돌리는 지역사회와 여전히 남성 중심적 태도를 가지고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경찰 당국, 사법부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여성들이 처해 있는 심각한 사회적 조건과 환경들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제작 기간 중 감독 역시 성폭력을 경험했다. 해외의 어느 코멘터리에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여성 관객들도 폭력의 경험을 서로 나누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영화 속 레베카의 싸움은 단지 동생 아델을 위한 싸움만이 아닌, 이 거대한 가부장적 세계에 맞서는, 과테말라와 전 세계 모든 여성과 함께하는 싸움인 것이다.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