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이주 후 100년, 임금 체불과 차별 속에서 고려인들은 아직까지 한국 땅에 정착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안산 땟골마을에 위치한 식당 타슈켄트, 고려인 3세 김 알렉스의 삶을 통해 한국의 디아스포라에 대해 조명한다. (2014년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리뷰
김 알렉스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3세다. 타슈켄트에서 카페를 운영하다 돈을 잃자 한국으로 와 안산에 ’타슈켄트’라는 상호명의 식당을 열고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 오자마자 공사판을 전전했던 김 알렉스는 무려 8곳에서 돈을 받지 못할 정도로 삶이 불안정했다. 하지만 타슈켄트를 운영하는 지금은 머지않아 돌아가게 될 고향에서 또 하나의 식당을 열 생각을 갖고 있다. 영화는 시작과 함께 아나톨리 김의 <초원, 내 푸른 영혼>의 일부를 인용한다. ’스딸린의 압제정치가 가장 심했던 1937년, 극동지역에 살고 있던 한국인들은 강제로 이주당하는 설움을 겪어야 했다. 자신의 집, 재산, 정든 땅을 모두 빼앗긴 이들이 기차 화물칸에서 내렸을 때 맞아준 것은 험한 사막뿐이었다’는 요지의 자막으로 이 영화가 한국의 일부이면서 철저히 외면당했던 이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린다. 아닌 게 아니라, 김 알렉스로 대표되는 고려인들은 한국말에는 서툴지만 그들의 풍습이라든지 음식, 생활상은 누가 보더라도 한국인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정 감독은 한국 내 생활 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서의, 키르키스스탄에서의 고려인의 삶도 함께 다루며 물리적으로는 한국과 멀리 떨어져있지만 정서적으로 맞닿아있는 이들에게서 미시적인 한국사를 발굴해낸다. (2014년 제11회 EBS국제다큐영화제 허남웅)
연출의도
이주의 시대, 한국에 온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 3세 김 알렉스와 그의 가족, 친구, 이웃들의 이야기는 한국과 유라시아의 근현대사의 창이 된다. 우리는 안산의 고려인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서 멈추지 못하는 기차, 아직도 달리고 있는 기차를 본다. 1937년, 그 기차는 알렉스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송했다. 이 다큐는 역사의 기차를 현재의 안산에 달리게 하려는 시도이다.
고려인들 대부분은 소비에트의 몰락 이후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살 수 없어 연해주로 귀환하거나 러시아로 한국, 제3국으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무국적자의 삶을 살지만, 수많은 고난을 이겨냈다는 자존감과 역사의식, 자신과 가족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고려인 김 알렉스의 식당에 모인 가족과 친구들의 다정다감함을 담아내면서 점점 메말라가는 공감과 절감(empathy)의 기술이 어떻게 절박한 생존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이 서로를 도우면서 "생기있는 숨구멍"으로 살아가게 하는지를 그리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