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엄청 다양한 생각과 성향, 몸을 가지고 있는 그저 자신만은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가가고있는 30대 여자 네 명의 수다 떠는 이야기다. 하지만, 연출자인 나를 포함한 출연자는 모두 장애(조금씩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다. 내가 장애를 느낄 때는 몸이 아파 고통스러울 때가 아니다. 수도 없이 잔인하게 꽂히는 편견, 차별로 장애를 절절하게 고통스럽게 인지해야한다. 슬프기도 하고, 그로인해 결국 무력해지고 더 혼란스러워진다.
내용의 결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 줄기에선 깨알 같지만 아직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거, 어렸을 적 가족에게 상처받았던 이야기, 크던 작던 언제나 던져지는 무례한 사람들의 차별적인 공격에 대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두 번째 줄기에서는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하고 주고, 사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여자로써의(모두 이성애자)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한 사람, 한 여자, 어느 30대, 다양한 장애.
이중 장애라는 산으로 인해 나의 존재의 모든 것은 ‘장애인’으로 가려져버리는 듯한.. 툴툴 가볍게 얘기 하였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마음이, 정신이 흔들리는 우리의 이야기들.
(2015년 제1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영화와 인권]
은행잎 위를 바퀴가 굴러간다. 부서지는 잎들의 비명과 보이지 않던 은행이 터지는 느낌이 온다. 나의 시선은 바닥의 은행잎보다 젖어 있는 길보다 아파트 시멘트 길보다 휠체어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는 두 발을 벗어날 수가 없다. 땅바닥보다 휠체어 위에 더 길게 놓여 있는 신발은 단순히 발을 보호하기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어느 순간 인식하기 시작했다. 10살 때는 못 느꼈던 나의 몸이 20살, 40살이 되어가면서 남들과 다른 몸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옷, 신발 그 외의 것들이 나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이 사회에서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부재를 느껴야만 했다. 신발. 제대로 발육되지 못한 나의 작은 발은 신발가게 안의 수많은 신발 중에 내 것은 없음을 확인하게 했다. 작은 발 때문에 20대인 내가 신을 수 있는 신발은 분홍... 빨강... 리본... 나비... 만화 캐릭터 등등. 이런 신발을 보면서 나의 몸은 어디에도 없음이다. 영화 속에서 신발가게 직원의 ‘걸치고...’라는 표현에 화가 난 장애여성은 단순히 신발을 모양으로 신으려는 것이 아니라 나도 편안하고 내게 어울리는 패션의 신발을 찾고 싶은 것이라는 마음임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 속의 장애여성들은 소박한 술잔을 기울이며 신발만이 아닌 가족 안에서도 사랑에서도 계속 자기 부재를 말하고 있다. 길 위에 세워진 하이힐이 아닌 휠체어 위의 하이힐을 욕망할 수 있는 여성으로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사람으로 부재하고 싶지 않음을, 보통사람임을 말한다.
그녀들은 휠체어에서 킬힐을 욕망한다.
- 박김영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기획의도]
세상에는 다양한 몸, 다양한 마음이나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보여짐이 전부인 시대에 나의 마음과 생각을 가슴이나 머리에서 꺼내어 들고 다닐 수도 없다...
나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30대 여자고 혼자 살고 있다. 이성애자며 노동자와 실업자를 꽤 자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그런 사람,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사실 거의 대부분)의 단지 장애인으로만 규정해버리고 바라본다.
나에게도 삶, 자아에서 장애는 절대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장애란 내가 날 설명하는 100%중 1~2%로(?) 아니면 조금 더 이상일 뿐인데, 사람들은 99%의 장애만을 생각하며 그것도 아주 무례하게 대해버린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매일매일, 순간마다 사람들의 편견의 시선에서 차별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명확하게 보이는 차별은 아니지만,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곳에서 혹은 연애의 사이에서도 결국은 그렇게 친절하게도 ’자연스러운 배제’가 일어난다.
그런 일들이 한두 번도 아닌데, 웬만하면 모르는 척. 그냥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잊고 또 잊으려고 마음에 흙을 덮어댄다. 그런데 나도 사람이라 아팠다. 날이 갈수록 더 아파오고 이제 너무 버티기가 힘겹다. 억울하고 속상하다.
나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과 모이면 항상 얘기하는 답답하고 웃기고 슬픈 그런 이야기들을 끄집어내 영상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꺼내어 보이고 싶었지만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들... 마침 작년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씨눈 독립다큐멘터리 제작과정 1기 수료작으로 이 영상을 기획했고, 마음이 휘몰아치는 시간을 지난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거나, 어떤 결론도 딱히 없다. 영상속에서 겪는 상황들 나의 고민은 영상을 만들기 전에도, 만드는 순간순간에도, 만들고 나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쉽게 해결 할 수 있거나 결론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보통사람’ 영상을 보고나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장애인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보편적 시각을 조금 넓힐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