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인 야학 교장 박경석이 머리를 기르면서 승승장구한 장애인 운동. 그러던 어느 날 하얗고 긴 머리카락 때문에 할머니 소리를 듣게 된 경석은 화가 나 머리를 잘라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경석이 머리를 자르면 장판에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랑은 앞으로 큰일이 날 것이라며 안 보이는 학생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고 같은 시각,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2015년 제13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영화와 인권]
이 영화는 놀라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제목의 ‘할머니’가 사실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였다는 데에 놀라고 나면 조연부터 단역까지 거의 모든 배우들이 장애인 인권운동 현장에서 늘 보던 인물들이라서 또 한 번 놀란다. 누군가는 전문배우 뺨치는 연기를 펼치고 또 누군가는 발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데 연기야 어떻든 그들의 등장 자체가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한다. ‘박경석 대표가 머리를 기르면서 장애인운동이 승승장구했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박대표가 머리를 자르려는 순간과 교차편집되는 노들야학 학생들의 위험한 상황은 스릴과 긴장을 유발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해결된 듯한 평화 속에서 찾아오는 슬픈 반전은 안전사회와는 거리가 먼 장애인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 류미례(다큐멘터리 감독)
[기획의도]
23년간 지냈던 장애인생활시설에서의 삶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여느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은 삶을 꿈꾼 지 불과 6개월 만에 송국현의 몸은 검게 그을렸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고 언어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태였던 송국현은 장애 3급으로 등록되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활동지원서비스 긴급지원을 요청하러 갔던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에서 문전박대 당한 지 불과 3일 뒤 그의 집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혼자 대피하지도, 불을 끄지도, 신고하지도, 살려달라고 외치지도 못했던 송국현의 꿈은 세월호 참사 하루 뒤인 4월 17일 그렇게 끝났다. 그의 꿈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이들은 지금도 광화문 지하보도를 비롯한 곳곳에서 싸우고 있다. ‘할머의 꿈’은 ‘송국현의 꿈’과 다르지 않다. 장애인의 일상을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겠다.
영상 말미에 나오는 엔딩크레딧은 기획의도가 담겨 있다.
‘항상 죽음을 곁에 두고 사는 장애인의 삶.
세월호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이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세상에 함께 맞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