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가 보았던 1년 전 작은 화재현장의 재개발 아파트단지에서는 분양 일을 앞두고 있다.
그보다 윗 동네인 그곳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지어질 예정이다.
나 또한 과거 그 누군가의 공간이었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2015년 제17회 부산독립영화제)
연출의도
20년 동안 내가 살아왔던, 공간을 우연한 화재 현장을 통해 낯설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시 한번 만덕이라는 공간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 곳은 다른 무엇의 공간이 되길 위해 멈춰 있는 공간이었고, 더 이상 과거 기억 속의 공간이 아니였다. 멈춰 있는 시간과 공간의 응시는 중첩되어 고스란히 하나의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아직 남아있는 길과 길 사이, 건물과 건물사이에서 마주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향해 허물어져 가는 집들 속 자그마한 빛들과 정적만이 가득한 밤의 고장난 가로등들을 나는 공간의 틈이 라는 것으로 담담하게 바라본다. 이미 자본의 흐름 속에서 결정 지어지고 흩어져가는 공간을 바라보는 나의 사적인 마지막 이야기 혹은 교감은 그곳의 공간 속 기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연히 보았던 집 앞 재개발 단지의 작은 화재처럼 아파트 단지는 지어질 것이고, 기억 속에 잊혀질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공간, 집, 아파트처럼
리뷰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이 땅에서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집들과 동네를 다루는 다큐멘터리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만덕>또한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고 있지만, 끈질기게 이미지를 하나하나 쌓아 올리며 공간에 대한 시각을 확장해간다. 명멸하는 빛, 창과 틀을 통해 보이는 공간의 부분적인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해 만덕을 여러 면에서 비춰보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부산독립영화제 총괄 프로그래머 홍은미)